2011/12/01 14:46

청담 : 고백(Go Back) f i r s t d r a f t


 

 한동안 걷지 않았던 이 거리를 다시 찾았다. 예전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생각이 많아지면 한참을 걸었던 이 거리를 얼마 만에 찾은 걸까. 화려한 조명의 청담동 거리와 당시의 내 모습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그때는 겨울로 접어드는 늦가을이었고, 지금도 역시 겨울을 준비하는 늦가을이다. 나무가 겨울을 맞이하기에 앞서 여름 내내 간직했던 녹음을 서서히 바닥으로 흩뿌리는 것과 달리, 청담동 거리는 겨울을 맞이하여 나무에 눈송이 모양 혹은 더 화려한 조명들을 수놓아 거리를 밝힌다.


 내가 청담동 거리를 오랜만에 찾기 이전까지도 항상 청담동 거리를 걷고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나도 이 화려함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그리고 길었던 나의 수험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이 거리를 마지막으로 찾았던 날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자신이 화려함의 일부를 담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얼마나 웃기는 일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아마도 거리의 화려함을 보며 초라했던 내 모습을 지우고 싶어 했던 것과 이러한 화려함을 막연하게나마 동경했던 그 마음에 내 자신을 화려함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고, 그때의 나는 아마도 그렇게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거짓 없는 내 모습을 철저히 바라보고 싶어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새벽 1시. 내가 마지막으로 청담동 거리에서 길었던 지난날을 정리하기 위해서 방문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또 한 번 이 거리를 찾았다. 친구와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열정들, 다짐들 그리고 이 일을 마무리해가는 시점에서 나태해지고 있던 내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 거리에서 내 스스로에게 했던 수많은 다짐들을 가슴에 품고서 새롭게 맞이했던 2011년 그리고 2012년을 맞이하기 위해 마무리를 하고 있는 늦가을의 오늘. 청담동의 거리는 여전히 화려했다. 지금의 나는 그 때의 연장선이지만, 나는 너무도 많이 변해있다. 그 때만큼이나 난 마지막을 잘 정리하고 있는 걸까. 글쎄, 2011년 지금에서야 2010년의 나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었듯이 지금 이 순간도 그냥 그렇게, 무감각하게 흘러갈 것 같다. 지금의 나를, 1년 후 나는 어떻게 고백할까. 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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