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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을 걸었다. 내내 우리는 ‘6년만이야’ ‘기억나?’ 를입에 달았다.
애초에 서로 길게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서로에게무슨 질문을 하기 위해 걸었던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문득, 서로에게 묻고싶어졌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만큼, 시간들로 생긴 간극의 온도처럼 매서운바람과 함께
살을 애는 추위와 함께,
우리는 걸었다.
서로 하나 둘 씩 서로가 지고 있는 짐을,
내려놓았다.
이야기를 마치고, 순간 우리에게 있던 벽과 간극이 조금은허물어지고, 좁혀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걸어왔던 청계천의길이 6년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듯, 우리도 어쨌든 자랐다고생각했지만, 우린 달라진것 보다 그대로인게 더 많았다.
아직도 걸어야 할 길 역시 한참이었지만, 우리는 걷는걸멈추고 서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나온 길도, 남은 길도 짙은 어둠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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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보다도 정반대의 것을 느끼기 쉬운 곳이 있다면 병원이 아닐까. 여섯 명이 누워있을 수 있는 6 인실 한 구석에는 말보다는 주름살로 그의 삶을 설명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를 한 분이 침대 위에 누워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위해 살았을까라는 질문 하나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세상의 빛을 보았을 때 그리고 성인이 채 되기도 전에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헤쳐 나가야 했을 때 그는 끓어오르는 것을 그대로 그의 힘줄과 그의 정신을 통해서 현실로 구현했을 것이다. 그에게는 다른 목표가 없었다. 오로지 그의 아내와 강아지 같은 자식들을 위해서 사는 것이었다. 그는 늘 패기가 넘쳤고, 두려움은 없었으며 그의 자존심만큼은 그 어떤 것 아래로 굽힐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고생의 흔적이 한 줄 두 줄 새겨질 때쯤 마냥 강아지 같던 그의 아이들은 어느덧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닮은 어른으로 성장해 있었고, 그의 아내는 그와 함께 세월을 걷고 있었으며, 더 이상은 춥고 좁은 방에서 굶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는 행복했고 언제나 자신의 삶을 후회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항상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얼굴의 주름과 행복을 바꾸곤 했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었다. 그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자신이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 중 유일한 것이었던 것으로부터 멀어져 갔고, 붙잡으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도리어 그들 사이를 더욱 멀게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그의 반 평생 이상을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흘려 보냈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일부를 그것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붙잡는 것을 위해 흘려 보냈다. 그리고 지금 그는 6 인실의 어느 침대 위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만 있다. 이제 그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부축이 필요했고, 화장실 내에서도 혼자일 수 없었다. 항상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던 패기와 자존심을 내세웠던 그였지만, 세월 앞에서 그의 그러한 것들은 더 이상 그의 소유물일 수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을 내려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말 없이 누워 있는 침대 앞의 TV에서는 새끼 곰이 태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세상의 빛을 기대하고 있는 듯 힘차게 움직이는 새끼 곰의 모습이 묘하게 병원의 6 인실과 어울린다. 세월의 끝과 시작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새끼 곰 또한 세월 앞에 그의 강했던 발톱은 무뎌질 것이고 세월의 끝을 맞이해야 하는 순간에 다다를 것이다. 세월 앞에서 그의 자존심은 또 다른 새끼 곰 아래로 내려놓게 될 것이다. 그리고 침대 위의 그는 TV에 잠시 눈길을 주는 듯하다가 눈을 지긋이 감아버렸다. 그의 눈꺼풀 아래로 어둠이 드리워지고, 어둠 아래로 그의 삶이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갈 것이다. 한 장면 한 장면 그는 어떻게든 기억 속에 새기려 노력한다. 세월 앞에 한 없이 작아져 버린 자신과는 다른 그 장면들을…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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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받아든 결과물이 좋을 리가 없었다. 잡지에서 유일하게마음에 들던 부분은, 현영이 찍었던 사진들 뿐이었다. 나의글은 현영이가 찍은 사진들의 아우라마저 앗아가는 듯 했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기도 했다.
잡지라고 하기도 뭐한 기획, 거기에 사진의 아우라마저 죽이는글들까지. 내 부족한 능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인 꼴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나는 지난 한달 동안 조금은 비겁하지만- 아무런 글을 쓸 수 없었다. 아니, 억지로 쓰지 않았다.
대신, 나는 지난 한달동안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다. 하루키를 초기작부터 읽기 시작했고, 보르헤스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산문집, 기행문, 자서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 책들을 읽는 동안 부족한 내 능력에 대한 해답은 찾을 수 없었지만, 적어도 쓰지 않고 그저 숨어버렸던 내 자신이 비겁하고 어리석었다는 것 만큼은 분명해졌다.
누군가의 보기만 하고, 읽기만 하는것은 차라리 보지 않고, 읽지 않는것보다 못하다는 말처럼, 그게 무엇이든 일단 써보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전 읽었던 신형철이 쓴 ‘느낌의 공동체’ 서문 마지막 글귀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옯기자면,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는 미망을 오래전에 버린 것 처럼, 그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기위해 나 자신을 더 삼엄하게 학대하려고 한다. 자부도, 체념도 없이 말하거니와,읽고 쓰는 일은 내 삶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내 부족한 능력을 자책하며 도피하기 보다는 그 부족함과 함께 내 자신을 단련시켜가기로 다짐했다. 어떤 문제든 해답은 항상 결국 내 자신이 내리는 것이었다. 그 해답에대한 책임 역시, 내 자신에게 있었다. Hyun
2012년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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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군가에겐 하루의 시작, 다른 누군가에겐 하루의 끝일시간. 누군가에겐 뜨거울, 다른 누군가에겐 차갑기만 할 시간. 남산 위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거리와 풍경들은, 조그만 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각기 다를 시간들과 감정들은 형태만 다른 채 조그만 점이 되어 어쨌든 서울이라는 같은 하늘아래, 같은 ‘밤’ 을 새고있었다. 쓸데 없는 감정들과 생각은 무의미하다는 듯, 새벽의 남산은그 어느때보다도 고요했다. Hyun
불빛들때문인지 야경은 이곳 저곳 얼룩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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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eok Min Choi 항상 나는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것만 같은데, 시간은 어느새내 시야에서 멀어져 나를 재촉한다. 삼선교를 떠났던건 작년 9월이었다. 처음 이사를 왔던게 2004년이었으니, 작년 9월까지- 6월이란시간을 삼선교에서 보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익숙했던 길들을 걸으며, 1년 새 (그새) 느껴지는 생소함에 놀랐고, 그리고 지나간 7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무게감에 다시 한번 놀랐다. 서울의 모든 곳이 그렇듯, 처음 이곳에 왔던 7년전에 비해 이곳 역시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변해왔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문득 등굣길이었던 언덕이 걷고 싶었다. 언덕길을 오르며 나는 은연중 흩어져 있던 그때의 기억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어느것 하나 명료하게 기억나는 것은 없었지만 – 그 흩어졌었던 기억들은 나로 하여금 여러가지 감정들을 일으켰다. 그 어느때보다도 깨지기 쉬웠고, 위태로웠던 그때의 기억들은 부끄럽기도했고, 동시에 반갑기도 했다. 언덕길 주변은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모든 것이 변한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8시를 조금 넘긴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학교 교문을열려 있었다. 발걸음을 돌려 늦은 밤,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방송부 활동을 마치고 난 뒤 가끔 야경을 보기 위해 자주 멈춰 섰던 곳에 서보았다. 여전히 언덕 아랫길 골목 사이로 야경이 보였다. 가만히 야경을 바라보다문득 어떻게 처음 이곳을 알게 되어 야경을 보기 위해 멈춰 서게 되었 던 건지 궁금해졌지만, 아무리생각해봐도 그때의 기억들은 이리저리 엉켜 풀 엄두가 나질 않았고, 당시의 내 모습, 당시의 내 감정들도 흐리게만 번져 남아 있었다. 밤하늘은 그날 새벽에 내렸던 비 때문인지, 달조차 구름으로가려져 있었다. 앞으로, 1년, 2년, 그리고 오랜 시간 후 ‘지금’ 나에 대한 기억조차 흐려질 무렵 다시 이곳을 찾을 그때 역시 지금처럼 시간에 기며 허덕이고 있을까. 언덕을 다 내려오고 다시 바라본 밤 하늘은, 여전히 흐리기만했다. Hyun
시간은 너무나도 쉽게 우리를 떼놓고 달아나버린다.
항상 뒤처지는 나. 앞서가는시간. 그 간격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무슨 수를 써도 좁혀지지 않았다.
단순히 변한것도 있었고, 송두리째 없어져 버린 것도 있었다. 물론, 내가 떠난 1년사이에도 여러 가지가 변해 (없어져) 있었다. 새로운빌딩, 공사 중인 아파트, 새로운 길. 떠나간 사람들, 새로운 사람들.
설사 그때의 기억들이 부끄러운 기억들뿐이라 해도, 당시의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최소한의 미련이랄까.
들어가 볼까 라는 생각도 잠시, 굳이 들어갈필요는 없었다. 들어가지 않아도 이미 충분했다.
지금의 나를 조금은 선명히 떠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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